독산성
지난 여름, 미친듯이 사람을 삶아대더니, 몇일 사이 가을이 성큼.
공기질도 굿, 하늘도 청명하고 바람도 꽤나 서늘하다.
긴긴 추석 연휴- 명절이라고 해서 딱히 찾아 뵐 부모님이 계신것도 아니고,
긴 연휴라고 해서, 어딜가나 사람많은 이때 딱히 어디 갈 엄두는 더군다나 내질 않는다.
딸들은 말 한마디 없더니, 물 건너 괌"이라며 단톡방에 딸랑 보내 온 사진 한장.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명색이 명절인데,
다 큰 딸들한테 명절 과일한박스쯤 기대하는 건... .. 罪다.
"자식의 행복해 하는 사진 한장"이면
부모에게 최고의 선물인 줄만 아는 아이들. 내 탓이요!!!
명절인데, 딸들 얼굴보기도 어렵네" 무심히 내뱉은 남편의 말은
결코, 무심하질 않다는 것을 안다.
사소한 것에도 서운함이 많아지는건 늙어간다는 반증인건지?
내 기대치가 항상 높아서 아이들이 따라주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요즘 아이들은 다 그런건지?... ..
보통의 엄마들보다 도리"란걸 더 강조해 키웠는데,
학습효과는 도리어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듯~ㅠ
소일거리가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남편은 룸과 거실, 나는 주방과 욕실 - 체크아웃한 게스트룸 청소를 하고,
카페에서 상큼한 청귤차를 한잔을 타서
거리로나 높이로나 부담없이 들릴 수 있는 독산성을 올랐다.
수원,동탄과 멀리 평택까지 360도 한 눈에 다 들어오는 독산성.
공기질 최상- 높은 빌딩들로 지평선이 아닌 건평선과 하늘 경계선이 매우 선명하다.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면, 모든것이 용서되는 오늘같은 날~
독립성이 강해서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건강해서 부모손길 안 닿아도 되니 그것으로도 만족하고,
특별한 날, 종종 부모라 마냥 편하게 생각해선지 도리가 미흡하기 짝이 없긴하나,
밖에 나가선 까탈스러운 성미만큼 경우없다 소릴 들을것 같진 않고,
이쁜걸 찾으고자하면 널린 아이들인데.. ..내 칭찬이 늘 부족하다.
사람은 본디 제 모습엔 눈이 가장 어두운 법인데,
더군다나 내가 볼 수 없었던 내 뒷모습에 너무 놀라워~
전직 씨름선수가 되어 가는 내 모습에.. 흑곰이 되어 가는 내 뒷모습에..
평생 해 보지 않은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약한 소화기능탓에 늘 小食과 유동식에, 즐겨먹는 거라곤 과일과 야채가 대부분이거늘,
하루가 멀다하고 불면증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거늘,
도무지 왜 살은 찌는지?.. 이 눔의 지긋지긋한 갱년기!!!!!!
이젠 제발 좀 고.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