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슈아이아 3. 라구나 에스메랄다 트레킹
여행 중반을 넘어가면서 비상 식량으로 챙겨와 여행내 너무 유용했던
고체 된장스프도 바닥이 나고,누룽지도 겨우 두개 남았다.
아껴뒀던 누룽지와 마트에서 사 온 사과와 바나나 체리로 아침을 해결하고,
우슈아이아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아침 비행기가 저녁으로 딜레이 되어,
예정에 없었던 트레킹을 나섰다. 이제 비행기 딜레이 몇 시간쯤 되는건 그려려니.."
여행 중 트레킹을 한번도 제대로 완주하지 못했던 나로선,
트레킹이란 단어가 주는 압박감이 상당히 컸는데,
이번엔, 가벼운 산책 수준이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었고,
믿는 수 밖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숙소앞에 대기한 현지 여행사의 봉고를 타고,한 30분쯤 달려 내려준 낯선 숲 앞-
입구서부터 이끼인지, 곰팡이인지 잔뜩 낀 빽빽한 나무들은
마녀의 숲"란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할 만큼 습하고 음산했는데..
걸음빠른 친구들은 내게 다른 생각이 들만한 여유조차 주지 않았고,
이번만큼은 최소한 꼴지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사력을 다해 걸었다.
그들이 사진찍고 노는 틈을 타서~!
드디어 오리 날다"
두시간가량 올라 만난 만년설 아래 빙하호수다.
왼쪽무릎 관절에 이상징후로 이렇게 뛰는 건, 내겐 큰 모험인데,
그 동안 상처 난 내 자존심에, 흉내라도 내어야겠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날았다.
내 자존감이 바닥이 된 걸 짐작할리가 없는 친구는,
겨우 옹달샘까지 올라 온, 옹달샘공주"라고 재미삼아 놀리는데,
처음 들었을땐 애정어린 말인걸 알기에 함께 웃었다.
여러차례 들으니 기분이 별루다.
어찌됐건 왕복 4시간 이번 트레킹으로 난, 겨우 겨우 자존심을 회복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