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다, 그리고 나 2017. 5. 29. 18:53










친퀘테레





여행 6일차~

꼬박 여섯날을 밤,낮으로 베드버그의 가려움증으로 시달리다 비로소 사그라드는데

다시 물릴까하는 두려움에 밤마다 이불이며 베개를 드라이로 일일이 말려가며

몸을 바짝 움크린채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생겨 버렸고, 그나마도 제대로 된 잠을 이룬 날이 거의 없었다~

대개는, 돌아와 사진만 봐도 그때그때의 세세한 감정들이 살아 나는데

사진을 보고도 마치 낯선 장소인양, 더런 처음보는 곳 인양, 군데군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건, 아마도 영혼없이 몸만 따라 다녔던 탓에..



 이번 여행은 온전히 눈으로 마음으로만 담고 오자" 물질로는 채우려 들지 말자던 다짐은

로마 외곽, 3일을 묵었던 호텔앞 가방샵에서 단번에 무너져 버리고~

이태리"란 이유 하나로 경쟁하듯 쇼핑하는 한국 아줌마들 대열에 끼어

꼭 사야 할 필요 당연성을 부여해 가며

별 필요도 없는 가방들에 혹해 나도 그 대열에 한 몫을 하고.

여자들은 왜 그리 가방에 집착을 하는지 여자인 나도 모를 일이다~

아마,남자들이 자동차에 집착하는 이유와 같은.. .

전날 늦은 오후, 버스는 밀라노로 향하고 있었고,

두 딸과 하늘을 찌를듯한 밀라노 두오모성당 첨탑에 올라가 그 높이에, 첨탑의 수량에 성당의 크기에

가위가 눌렸던 기억에 ..

이른 아침엔 당연, 밀라노 두오모 성당 외관이라도 눈도장 찍고 지나갈 줄 알았다~

밀라노 변두리에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버스는 친퀘테레로 향하는데,

제 아무리 높은 두오모 첨탑이라도지만 지나가는 차창 밖으로는 보이질 않아~











친퀘테레의 다섯개의 마을 중 절벽위 포도 다랭이밭으로 유명한

마나롤라 마을이다~
















일행들이 몰려가는 바다쪽을 피해 동네를 미리 살펴보기 위해 언덕을 올랐다~

 단백한 간판들, 바람에 나부끼는 창밖의 빨래들, 작지만 깊은 역사가 느껴지는

작은 성당과 조각조각 언덕을 깍아 만든 포도 다랭이 논~

 언덕을 내려 오면서 몇가지 의류와 잡화를 파는 두어명이 들어가기도 복잡한 구멍가게로 

앞서가던 세 여자는 영락없이 발걸음을 옮기더니 

뭔 볼거리가 그리 많은지.. 도무지 나올줄을 모른다~

이미 카프리섬에서의 교훈이 있어 

여행보단 쇼핑이 먼저인 저 친구들과 여행코드를 맞추려 하다간

자칫 친퀘테레를 온전히 보지 못할것 같아

 바다쪽으로 오라는 말 한마디 던지고, 얼마 남지않은 시간

 친퀘테레 절벽마을을 보기위해 해안으로 홀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절벽위 색바랜 지붕과 해안을 따라 난 풍경이 그다지 특색있어 보이진 않치만

하룻밤쯤 묵어가는 여유를 가지고도 싶은 곳, 포도가 익어가는 가을이면 더 아름다울 것 같은 이 곳~

실망이 앞서는 걸 보면, 

 그 해 여름, 두 딸과의 여행에서  일정상 못 와본 곳이라

 친퀘테레에 대한 내 기대치가 너무 컸던것 같다~







































결국, 세 친구들은 친퀘테레까지 와서 정작 친퀘테레를 보지 못한채,

그 구멍가게에서 뭔가 하나 건진 듯 봉투 하나 챙겨들고 나름 만족한 듯.

 친퀘테레를 보지 못한 아쉬움도 그다지 없어 보이는 얼굴로

함께 터널을 지나 기차에 오르는데..  어~,, 난 할 말을 잃고

안타까움을 넘어서 친퀘테레를 못 본 사람보다 지켜보는 내가 더 당황스러워 진다~

.. .. .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사람들마다 제각각 다르다지만,

다름"을 인정하기엔 몇 번을 생각해 봐도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이 상황, 이 영역~

그나마 대충 둘러 본 나도 친퀘테레를 온전히 본 느낌이 없어 아쉬운데..

과연, 저 친구들은 친퀘테레를 봤다고 느낄까~

아님.. 보고 안보고 그 조차도 중요하지 않으려나..

차암~~~ 가깝다고 생각했던 이 친구들이, 화성과 금성만큼이나 멀게 느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