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남편의 퇴직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위해 차려주는 아침밥상이다.
인덕션위에 내가 일어나는 기상시간에 맞춰 타이머를 세팅해 두면,
10시 30분 Anylin과의 영어 수업전에 따끈한 누룽지에 현미쌀눈을 뿌려
계란반숙과 아무런 소금간도 하지않는 두부 한쪽과 과일 두가지와 파프리카 반개.
최근 몇달간, 번번히 부러지고 상하는치아로 고생을 했던터라
단단한 과일은 최대한 잘라 세팅해주는 섬세함까지.
가끔 현관에 신발은 한켤레이상 두지 마라,
과일깍은 껍질은 싱크대 안에 두지마라" 잔소리도 심해지긴 했지만,
아무런 기대도 없었던 집안살림을 꽤나 잘하고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비즈니스와는 거의 거리가 먼, 정오가 가까이나 되어서 출근한다는 명분아래
지금은 거의 날 집안일에 손놓게 만들었다.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을 다 받는 느낌에 그저 고마울따름이다.
남편이 가장 잘하는 퓨전 깍두기 볶음밥-
묵은 깍두기 잘게썰어 각종야채와 칵테일새우 넣은 볶음밥위에
모짜렐라치즈 잔뜩올린 볶음밥은 입짧은 내가 유일하게 두 세번 먹는 음식이라
저녁으로 자주 해 주곤하는데..
모든 의욕을 상실한 지독한 갱년기에 코로나 시기까지 겹쳐
아침에 일어나 눈꺼풀 올리기도 힘들만큼 체력도 의욕도 전멸한 상태를 겪은터라
어느 순간부터 집근처 큰 공원을 두 세바퀴 돌아도 끄덕없는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음은, 매일 남편으로부터 잘 챙겨받은 아침밥상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 에너지를 다시 얻는게 그 이유인듯하다.
이전에 은퇴후 부부의 삶이 꽤나 고민이 깊었던적이 있다.
24시간 함께하는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이만하면 꽤 괜잖은 은퇴후의 삶에 참 고맙고 다행이다.
영원한 내편은 남편뿐이라는 말에 백배 공감이 되는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