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역 가는 길~
가을이 달아난다' 안달을 떨며..
가을을 잡겠노라' 생떼를 쓰며..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증세..
해마다 도지는 병이다~
가을 잡자고.. 이 친구 저 친구 들쑤셔 가며, 연일.. 또 괜스레 극성을 떨었나..
새벽일찍 나서는 부담에 잠시 잠깐 후회를~
남이섬에서 따라붙은 감기에.. 설친 잠에 눈꺼풀도 무거워 오고..
온몸에 써늘한 한기를 느껴며 아무래도 무리한 길이라 여길 즈음..
버스는 이미 한적한 중앙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익숙한 길.. 익숙한 바깥 풍경에.. 역시~ 잘한 일이라
이내 마음은 돌아서고~
영주를 지나 봉화로 들어서면서는..오가는 차량조차 뜸하다~
뒷자리.. 작은 창을 여니,
언덕베기 들깨밭에선, 향긋한 들깨내음에 꼬리꼬리한 엄마 내음이 묻어 온다~ 벼를 벤 논에선.
구수한 벼내음에 쾌쾌한 아버지 내음도 묻어 온다~
어느새.. 추억에 되어 버린 그때.. 잠시 가슴 한켠 5볼트짜리 통증이 전해지더니,
이내 저 바깥 풍경처럼 또.. 지나간다~
인간은 이렇게 망각이란 선물속에 사는 것..
가을이면..
늘~ 그리워 하는 이 모습들..
베터리도 모처럼 여분까지 여유있게 챙겨넣고..
빨간 협곡열차에서 소풍나온 한무리의 노랑 병아리들을 쏟아 내자마자 카메라를 꺼내들어 셔터를 눌렀다~
...
...
설마..
메모리 카드가 없다~
맨붕이다~
이제 그만.. 마음으로 담으라~
가슴에 담으라고...
협곡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대한민국 속 작은 노르웨이 길이라는 기관사의 안내 멘트에 99% 공감을 하며..
양원역~정차 시간 10분~!!
우르르~ 군중속에 잰 걸음으로 달려 나가니, 승질 급한 친구는 이미 동동주 두잔과 돼지껍데기 하날
주문 해 놨다~
찬 동동주를 급히 마시고 나니.. 노곤노곤 무릎부터 알콜기운이 전해온다~
이 산골 가을 경치에 취한건지..
한잔 동동주에 취한건지...
가을에 빠졌다~
카메라 못지 않는 노트 3의 폰카메라의 성능~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은 승부역~
낙동정맥 트레일은 낙동강 최상류의
봉화 승부역에서 출발한다~ 강을 건너가면 이내 깊은 협곡의 숲길이
시작된다.하지만 경사도 완만해 부담스럽지 않는 않다~
"이 길은 벌목을 하던 길로..
낙동정맥 트레일은 봉화구간은 승부역에서
배바위고개를 지나 분천역까지 9.9Km~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걷는동안 마음은
오로지 주변 경관에 심취돼 아무 잡념도 들지 않는다~
내 생애 가장 많은 낙엽을 밟아 본 길..
"이 길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람 사는
이야기가 녹아 있는 순수 자연의 길입니다."
춘양목을 실어나르던 산판꾼과
소를 끌고 시장을 가던 소장수는 사라졌지만
애환이 담긴 옛길은 걷기 명소로 변신해 새 발걸음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봉화군청 직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