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000m - 눈앞에 넓디넓은 초록평원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11시 방향으론,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텐샨산맥이 광활한 푸른호수 하나를 품고 있다.
얼핏, 스위스 알프스산맥 어디쯤인가 하는 순간, 정면 12시 방향으로
다시 몽골 초원 한 귀퉁이 떼어다 놓은 듯한 송쿨호수. 순간 스위스가 너무 시시해졌다.
쨍쨍한 햇볕에 내리 쬐는가 싶더니, 어느새 반대편에서 몰려오는 시커먼 구름은
순식간에 비를 뿌리고 걷히기를 반복하며, 쌍무지개를 선사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경의,감탄,신비, 지금 이 순간만큼은 神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호흡이 가빠지는건 고산증 때문이 아니라,
神이 만들어 놓은 예술품에 대한 경의와 놀라움, 감동 때문~!
지금은 여름의 한 가운데인 7월 - 송쿨에선, 추위에 패딩을 입고도
손등은 트고, 볼 빨간 앳된 저 털모자를 쓴 아이들~
몇번씩 말을 걸어도 표정이 없다. 세상밖 한번도 나와 보지 않은 사람들같이..
몇번을 시도하고 겨우 얻어 낸 이 웃음하나.
때묻지 않은 자연만큼이나 순수하고 깨끗한 표정들~
가지고간 옷을 다 껴입고 히바에서 산 케시미어 숄까지 두르고, 양말을 세켤레 껴 신고,
심지어 유르타안에 말똥 난로까지 피웠는데도 눅눅함과 추위에 밤을 꼬박지세워~
경치에 취해 미처 느끼지 못했던 고산증에 머리는 깨질듯이 아파오고..
두 다리 균형잡기 너무너무 힘든 양철로 된 퐁당 재래화장실만 아니라면..
유르타에서 일주일쯤 머무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