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

짚로드 2(볼리비아>>칠레 아카타마 가는 길)

하늘,바다, 그리고 나 2025. 4. 1. 14:45

 

상상도 못했던 바깥 풍경에 흥분되어 모처럼 행동이 빨라졌다.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잿빛 땅위에 뭘 먹고 사는지

들녁엔 라마떼와 그 비슷한 무리들이 수시로 지나가고,

우유라도 탄 것같은 뽀얀호수가에서 부지런히 먹이을 찾는 홍학떼들~!

홍학을 보지 못했던 티티카카 호수에서의 아쉬움을 여기서 다 풀고 있는 중~!

황량한데 아주 몽한적이다.

뒷 배경은, 인간세상이 아닌,달의? 화성의? 어느 지점..

신비롭고, 사뿐사뿐한 홍학의 걸음걸이도 참 고고하다.

내 시선은 바쁘고,뇌는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는 정지화면이다.

가슴은.. 뭐라고 설명해야하나?...

단, 2%의 理性으로 간신히 현실을 부여잡고,

感性이 98%로 치고 올라오던,갱년기가 거의 꼭지점을 달릴때, 

10년전쯤 그때라면 좀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것 같은데..

세월은,새순처럼 여리디 여렸던 내 감성도 무딘 놋쇠그릇으로 만들어~

그저 내가 이런 자연과 마주하고 있다는 이 순간이 믿기질 않는다.

 

 

 

 

 

 

 

 

 

 

 

 

 

 

 

 

 

 

 

 

 

 

 

 

 

 

 

우유니에서 아침8시에 출발해서

저녁 6시경, 거의 어두컴컴해져 도착한 황량한 산 중턱 어디쯤에 있는 숙소는,

을씨년스럽기 짝이없다. 비상용으로 챙겨온 핫팩과 엉덩이 겨우 붙일만한

전기담요를 보조베터리에 연결해 이불속에 꼿아두고, 휴대폰 충전을 하려니,

전기 쓸수있는 시간은 단 두시간이란다. 수돗물은 세수할 만큼양만 졸졸~!

저녁식사후 새벽4시에 출발을 위해, 전기도 끊긴 마당이라 곧바로 취침모드로.

이런 고산에,이런 호텔이 있다는게 놀라울 정도다.

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안은, 우리처럼 짚투어를 하는 외국 여행자들로 붐비고,

시장기에 낯선 스프와 보온병에 뜨거운 차가 위로가 돼, 좀 욕심을 내 마셨는데,

이동중에 몇명이서 장이 탈이나 짚차를 세우길 몇차례.

그 차가 정화하지 않은 석회물에 탄게 원인이란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았고,

이후론,물은 꼭 사서 마셨으며, 그럼에도 탈난 장은 쉽게 낫질 않아 

몇일을 고생하며 지어간 장약은 거의 내가 다 먹었다.

 

흐린날씨로 고산에서의 기대했던 별이 쏟아지는 하늘은 꿈으로 끝났고,

추위에, 배탈에,금방 내려 앉을것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을리 만무다.

고생없이 흔치 않는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만, 이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기 녹녹치 않는 나이인걸 실감한다. 어느새?..

새벽 4시 도망치듯 우린 짚차에 올라~

 

 

 

 

 

 

 

 

어둠을 가르고 황량한 산길을 달리는데 맞은편 하늘은 서서히 밝아오고,

얼마쯤 달려가니 멀리 여기저기서 수증기가 올라온다.

야외노천 온천이라고 해서 호텔 근처에서의 망중한을 기대했으나,

황량한 사막언덕배기다. 우리 일행은 컨디션 좋은 반은 온천으로,

컨디션 다운인 반은 밖에서 보는것으로만..

우린, 짧은 휴식을 그렇게 끝내고,

서서히 출발하려는데 옆 온천탕으로 갑자기 짚차 한대가 들어간다는

소식에 달려갔다.아찔한 순간이였다. 다행이도 우린 온천을 막 

마무리 하던 때였고, 몇몇 외국 여행자들은 짚차의 온천행으로 

작은 부상을 입고 온천에서 탈출한 상태인데,

고도 4000m가 넘는 이 사막 한가운데서 저 짚차로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난감한 상황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또 언제 레카차가 여기까지 와서 끌어 올릴지..

내일같은 저 상황에 우리모두는 걱정에 한참을 두고두고 얘깃거리로

잊을 수가 없었는데..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부터 1박2일 짚차로

아카타마 사막을 넘어 인솔한 기사는,

칠레 국경 직전에 우릴, 국경을 넘기위한 버스로 안내하고 작별을 고했다.

염려했던것과는 달리 운전중 수시로 간식을 입에 넣어 달라 재롱을 부려서,

참 유쾌하고 친절했던 기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