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라 우 3~
갈 곳, 볼 것없는 이 곳에서의 어제 하루종일 자유일정은,
감금에 가까웠다~ 기껏해야 가이드 픽업으로 시내 나가 점심으로 인도커리 먹은 것과,
시간 떼우기 위한 한두시간 맛사지가 고작이였는데,,
그래도 태양은 중천에 떠서 할 일없이 보내는 이 남태평양 한가운데서의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어떡하면, 유익한 시간을 보낼까 인터넷을 검색하고, 가이드에게 요청해 보기도 하고,
호텔 안내 데스크에 문의해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언니들에겐 꽤나 무료한 여행일 이 곳 선택에 서서히 후회가 밀려오고,,
대안으로 찾은 것이 도마뱀과 바퀴벌레가 수시로 산책 나오는 호텔방에서(명색이 1급호텔)
시댁과 자식들을 안주삼아 우리들끼리 밤 늦도록 수다 떠는 것~ㅎㅎ
행복해서 웃은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했다~
우린, 세상에서 둘도 없이 격이 없는 벗이자 혈육임을 다시금 확인하고..
새벽까지도 도무지 게일것 같지 않는 장대비가 내렸는데,,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수평선 너머로 훤해 지는가 싶더니, 무지개가 떳다~
이 얼마만에 보는 무지갠지,, 내 유년시절에나 보았던 기억이..
실로 오랫만에 만난 무지개에서, 잠시나마 내 유연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본다~
팔라우의 바다는 또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보석가게서나 볼 법한 에머랄드 그린에 페파민트 그린. 올리브 그린.
울트라마린 블루, 코발트 블루. 딥 불루...
내 화구통에서나 볼 수 있는 색깔을 여기서 다~ 보고 있는 느낌이다~
흡사 바닷물에 우유를 드럼통으로 갔다 부어 놓은 듯한 밀키웨이~
이전에 그 어느 바다에서도 본적이 없는 빛깔이나,
티벳고원 쓰촨성 깊은 산 속 구채구의 물빛과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산호가 부서진 퇴적물이 이렇게 고운 진흙이 되기까지 세월의 깊이를 감히 짐작키 어려운데..
은밀한 신들의 정원에 감히 사람인 내가 발을 딛고 이렇게 즐기고 있다~
행여나, 내 발길이 훗날 바다파괴에 일조하게 되면 어쩌나~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을 걱정을 하고 ..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물자 수송을 위해 산호를 파괴하고 뱃길을 만들었다는 저먼채널~
배가 달리는 동안, 양옆에 산호 군락과는 확연히 다른 물빛만 봐도 쉽게 알수 있다~
인간의 눈앞의 이기가 수억년 세월에 걸쳐 빗어낸 神의 작품을
마구 파괴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
저먼채널을 지나,
스노쿨링을 위해 타 여행사에서 합류한 몇몇 일행과 바다 한가운데에 떨궈졌다~
옆 뱃머리가 왁작지껄한걸 보니 영락없이 중국 여행자들이다~
대륙답게 떼로 무리지어 바다로 뛰어들때, 일행에서 절대 떨어지지 말라는 가이드 당부의 말이 소음속에 묻히고,,
수중 산호절벽 200m 빅 디롭 오프는,
오른쪽 하얀 절벽 위론 이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산호의 군락이,
왼쪽 절벽 아래론,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 바다속은 TV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열대어들의 군무와 거북이 까지~ 나 또한 바닷속 생물이 된듯 착각에 빠져들어 물고기들 뒤를 쫓으며,,
아찔함과 동시에 최고의 환상을 경험하고 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앞서던 일행을 확인하려 잠시 고개를 물 밖으로 내밀었다~
일행이라 믿었던 물 속으로 비치던 빨간 구명조끼 서너명 외엔,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한 눈에 봐도 중국인들이였고, 사방을 둘러 봐도 망망대해엔, 인적도 뒤따르던 배 한척 보이질 않는다~
이럴땐 구명조끼도 제 구실을 못하는지, 물 속에서 물잠자리같이 가볍던 몸은
긴장과 동시에 물 속으로 가라 앉기 시작하고, 가빠진 호흡에 코로, 입으로 짜디짠 바닷물이 들어간다~
애써 냉정을 찾아 사방을 둘러 보니, 수평선 끝에 점 만한 배 두척이 보이는데,,
도저히 거기까지 수영해서 갈 자신이 없는데,,, 다행히도
근처에 있던 중국 여행자들을 태우려 배 한척이 다가 온다~
뱃머리로 다가가 선장에게 스노쿨링 중 일행을 놓쳤으며, 담당 가이드 배까지 데려다 줄 것을 차분히 요청했다~
다행히도 그는 내 짧은 영어를 알아 들었고, 흔쾌히 배를 타라는 허락을 얻어
남태평양 한가운데서 안색까지 샛노랗게 변해 있는 언니들과 재회를 하는 해프닝을 낳았다~
여러번 해 본 스노쿨링에 대한 방심과,
환상적인 심해 경치에 빠졌던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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