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여행을 떠나 오기전 아무 정보도 없이 떠나왔다.
고산증에 대한 두려움과 나름 준비만 단단히 한답시고.
해발 3400미터의 쿠스코. 미리 기내에서 부터 고산증약을 먹어 오긴 했으나
쿠스코에 도착하자 증상이 심해진다.
턱밑, 특히 손,발끝이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찌릿,
두통에 머리는 깨질듯 조여와 진통제를 함께 복용했다.
여기 날씨는 이전에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날씨다.
정확히 오후 3시가 되니, 낑깡만한 우박&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천지개벽하듯이 쏟아지더니,5시쯤 되어선 거짓말처럼 햇볕 쨍하니 갠다.
그제서야 이 붉은 고대도시가 눈에 들어 오는데..
우린, 광장을 지나 맞은편 언덕마을로 산책을 나섰다.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소매치기에 대한 긴장을 빠짝 조인채로 혼자선 다니지 않기.
40일간의 숙박비와 식비를 다 달러로 환전해 간 탓에
적지않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부담감과
여권만은 절대 잊어버리면 안된다는 각오로.
친구들이 가는 곳곳마다 인증샷을 남기기 바쁠때,
내 시야를 잡는 것은 이 곳의 씸플하고 세련된 간판들.
때로 인연은 예고없이 찾아 와 오랫동안 형제 못지 않는 인연으로 이어오는,
20여년전 내 학생의 학부형이기도 한,
지구상 어디든 혼자 가서도 살아 남을 잉어님.
골목길을 산책하다가 가파른 언덕베기 좁은 대문으로 들어 가는 이집은
어찌 아셨는지?? 영어,스페인어 한마디 못하면서도 바디랭귀지로 얻어 낸,
현지 주민이 운영하는 작은 게스트하우스의 루프탑.
커피 한잔씩과 단백한 마른 빵덩이에 우리 돈 2만원쯤 드렸더니
노부모와 살고 있는 중년의 주인아저씨는,
생각지도 못한 수입이였던지 매우 흡족해 하며,
야경을 보러 저녁에 또 와도 괜잖겠냐는 말에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여행은 이런거다- 계획하지 않았으나 불시에 일어나는 이벤트에 작은 행복을 얻는 것.
하늘이 맞닿는 먼 고산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색과 방향,
산 중턱 붉은 모자이크 점으로 찍 집들, 골짜기까지 내려 앉은 구름,
이른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속삭임에 섞여 들려오는 광장 시위대의 꾕가리소리..
고산증상에도 이 쿠스코의 풍경은 단 한순간도 놓칠수 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