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스코에서 12시간에 걸쳐 긴긴 태양의 길을 지나 도착한 해발 3800m 푸노.
해발이 높아지면서 고산증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이 더 커지는데,
미리부터 약을 잘 챙겨먹은 덕분인지 걸음을 천천히 하고,호흡을 조절하고..
두려워했던것보단 나는 그럭저럭 잘 넘기고 있는데,
룸메는 고산증으로 두통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푸노의 호텔에서 처음 만난 이 친구의 밝은 인사에
푸노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았었는데, 호텔에서 단 1회 5분
무료로 제공하는 산소호흡기를 받는 과정에서 여기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약속에 대한 개념이 옛날 우리나라에 있었던 코리안 타임 30분,
여긴,페루비안 타임이 1시간을 넘는 듯..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늦으면서도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고, 사과도 없고.. 밝기만 하다.
그렇게 어렵게 산호통에 호흡기를 둘이서 번갈아하고 훨씬 고산증상이 나아져~
주먹크기보다 큰 호텔방 열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크기가 아니라 매번 로비에 맡겨야 하고.
여행 다큐에서 봤던 이 티티카카는 내게 몇 안되는 미지의 세계였고,
그 기대가 너무 컷던탓일까? 아님, 다큐에서 신비로운 모습만 부각된 탓일까?
배로 얼마나 달렸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3,40분쯤..
육중한 허리둘레와 가슴, 독특한 체형을 가진 아주머니들 서너명이서
외부서 오는 관광객들을 독특한 노래로 맞이하고,
여행자들을 모아놓고 갈대로 집과 배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조잡해 보이는 핸드메이드인 소품을 팔고,거주하는 한 집 내부를 둘러보고,
반경 100m도 안되는 장소 -그것이 전부다.
티티카카의 남자들이 누구인진 알수 없었으며, 배를 모는 것도 아낙네들이다.
함께 탄 두 아이들이 같은 여행자인가했는데 매우 침울한 표정으로
노래를 불러 무슨영문인지 몰라 의아해하고 있는데 배를 모는 아낙네의 아이들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여행자들로부터 팁을 받고,
여행자들은 앞다투어 아이들에게 잔돈 몇잎을 건내며 사진을 찍는데,
아이들의 표정은 여전이 어둡고, 불편하다 못해 슬픈 표정이다.
나는 입지 못할 낯선 옷을 걸쳐 입은 듯, 그 상황이 아주 불편했다.
어디에나 삶의 방식이 나름있고 다르긴 하지만,
이들 또한 이게 살아가는 한 방식일텐데..
환경에 적응해 아이들이 웃기라도 했었더라면 이 불편한 기분은 최소한 들지 않았을텐데..
이 어린아이들에게도 삶의 무게가 참으로 버거워 보인다.
피해만 다니던 우릴 기여코 티티카카에서의 인증샷 한장쯤 남겨 준 고마운 친구.
저 남자나 나나 무미건조하긴 매 한가지니.
서로 사진 한장 남기잔 말이 없었으니.. 누굴 탓할일도 아니다.
둘이 한 공동체로 살아가는 건, 이렇게 퍼즐처럼 맞춰가는 노력이 있어야
수십년을 넘는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다른 둘이서 서로 많이 애쓰고 살아 왔다. 노력해서 맞춰진게 어디냐?!!!
환상은 깨지고,
실망만 가져다 준 티티카카를 뒤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