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반을 넘어가면서 비상 식량으로 챙겨와 여행내 너무 유용했던
고체 된장스프도 바닥이 나고,누룽지도 겨우 두개 남았다.
아껴뒀던 누룽지와 마트에서 사 온 사과와 바나나 체리로 아침을 해결하고,
우슈아이아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아침 비행기가 저녁으로 딜레이 되어,
예정에 없었던 트레킹을 나섰다. 이제 비행기 딜레이 몇 시간쯤 되는건 그려려니.."
여행 중 트레킹을 한번도 제대로 완주하지 못했던 나로선,
트레킹이란 단어가 주는 압박감이 상당히 컸는데,
이번엔, 가벼운 산책 수준이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었고,
믿는 수 밖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숙소앞에 대기한 현지 여행사의 봉고를 타고,
한 30분쯤 달려 내려준 낯선 숲 앞-
입구서부터 이끼인지, 곰팡이인지 잔뜩 낀 빽빽한 나무들은
마녀의 숲"란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할 만큼 습하고 음산했는데..
걸음빠른 친구들은 내게 다른 생각이 들만한 여유조차 주지 않았고,
이번만큼은 최소한 꼴지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사력을 다했다.
그들이 사진찍고 노는 틈을 타서 오르긴 했지만..
드디어 오리 날다"
한 두시간쯤 올라 만난 만년설 아래 빙하호수다.
왼쪽무릎 관절에 이상징후로 이렇게 뛰는 건, 내겐 큰 도전을 의미하는데,
그 동안 상처 난 내 자존심에, 흉내라도 내어야겠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날았다.
무너진 내 자존감이 바닥인 걸 짐작할리가 없는 친구는,
겨우 옹달샘까지 올라 온 공주"라고 재미삼아 놀리는데,
처음 들었을땐 애정어린 말인걸 알기에 함께 웃었다.
여러차례 들으니 기분이 별루다.
어쨋거나 왕복 4시간 이번 트레킹으로 난, 겨우 겨우 자존심을 회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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