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칼라파테에서
우슈아이아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이제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진터라 한,두시간쯤 딜레이는 뭐~ 그려려니..
이 먼 낯선땅, 공항에서도 한국인 여행자들을 심심잖게 볼 수 있었는데,
대체 우슈아이아에 뭐가 있길래 이렇게 지구 최남단인 이곳까지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이 여기까지 오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예민한 성격에 아무곳에서나,아무렇게나 잠을 자는일은 내게 거의 없었던 일인데,
갑자기 밀려오는 졸음을 못 이겨 의자를 서너개쯤 자리잡고 쪽 단잠을 잤다.
공항에 걸린 세계지도를 보자니, 남극 세종기지를 마주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맨 끝,
남극까지는 우슈아이아에서 배로 4일, 비행기로는 3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11시 방향에엔, 큰 딸이 있는 내 나라 대한민국이,
공부를 하겠다고 어느 날 불쑥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떠난
둘째 딸이 있는 뉴질랜드는 왼쪽 9시 반쯤 방향으로,
그리고,지금 내가 있는 지구 최남단 아르헨티나 우슈아이아로 가는 이 공항에.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남미여행에 수시로 생존보고를 톡방에서 하고 있는
나로선, 지구가 이렇게 좁은 줄 처음으로 알았다.
비행시간은 1시간쯤 걸렸던 것 같은데..공항에 내리니 가장 먼저 을씨년스런
진회색톤의 하늘이 눈에 들어오고, 남극이 가까워졌는지 옷깃을
꼭 여며야 할 만큼 공기는 새촘해졌다.
택시를 타고,
우슈아이아 중심가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가는 숙소 로비에 체크인을 하기위해
짐을 내렸다.배가 많이 나오고 인심좋게 생긴 덩치 좋은 주인은,
로비안이 어두우니 불을 켜달라는 말을 못 알아들었리 없는데도,
어두운 로비 데스크에서 체크인 서류를 작성하고 끝까지 불을 켜지 않는데
적잖이 당황스럽다. 아르헨티나의 미친 물가에 힘든 건,
여행자도, 주민도, 영업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전기세를 아껴야 살 수있는 상황일거란
미루어 짐작을 하고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다.
잔디 마당앞에 방이 일렬로 나란히 위치한 곳에
우린 방 네개를 배정 받았는데,가재도구 파손시를 대비한 적잖은 보증금을 요구해
미리 지불했어야 했고, 특히 주방 기구는 버려도 주워가지 않을 수준인데
우린, 유사시를 대비해 모든 사진을 찍어 뒀다.
조식이 별반 다를 바 없을걸 알면서도, 또 혹시나 하는 맘에 한 끼 떼우려 갔다가
호텔 안내에 조식제공이 무색할 만큼, 다음 날부턴 우린 대부분 숙소에서
누룽지와 마트서 사다 놓은 과일로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다음날 아침, 우린 비글해협 보트 투어를 나섰다.
보트에서 팽귄섬을 보는 건, 1인당 25만원- 시간은 대략 4시간쯤 걸린다.
펭귄섬에 내려서 투어 하는 건 60만원이라고 하는데, 내가 지금껏
한번도 들어 본적이 없는 저 세상 물가수준에 놀랄 뿐이다.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베네치아, 북유럽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이른 아침부터 항구엔,
대형 크루즈 서너대가 가득 메우고 있는데, 지구 최남단 항구와
세상 끝"이라는 상징성에 비글해협 투어를 위해 크루즈가 여기 들리는게 그 이유로,
크루즈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입은 여행자들이 함께 펭귄섬 투어에 나서는 걸
보트안에서 쉽게 볼수 있었다.
날씨는 흐리고 강한 바람에 비까지 뿌려
이 비싼 투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항구에서 한참을 달려,
우리가 마주한 건, 비글해협의 상징인 빨간등대 아래의 물개들과
또 한참을 달려 만난 펭귄들을 보트 안에서 감상하기.인증샷 찍기.
모레노 빙하 투어에 꽁꽁 싸메고 갔다가 잠바까지 다 벗은 경험에, 정작 두꺼운 외투가
필요한 이 곳에선 너무 가볍게 입고 나와서, 거의 보트 안에서 보내며 떨었던 경험외엔,
물개도, 펭귄도 동물원에서 보는것과 별반 다를바 없어 내겐,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보트안에선 허접한 마그네틱과 우슈아이아가 쓰인 각종 굿즈를 파는데 혈안이 된
직원들의 스피커 소음으로,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이 극에 다달았다는 또 한번 느끼며..
우슈아이아는, 단 한번으로 충분하고도 남는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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