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 321

장미의 화형

사람의 얼굴, 성향도 각양각색이듯, 장미들의 화형도,색상도,향기도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영하의 기온을 목전에 둔 이 겨울 문턱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화형과 색상을 유지하고 있는 사계장미들~ 그 동안 이 존재감 강한 애들을 왜 못보고 살았는지.. 지금에라도 내눈에 들어와서 다행이다. 마음에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처럼 힘든때 너만보면 무념무상이다.

난, 하늘이 참 좋다~

돌이켜 보니, 어릴때부터 난, 이 하늘을 참 좋아했었다. 해질녁 시골집 마당에서 고추잠자리 떼지어 날던 가을 하늘, 엄마는 허리숙여 밭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산소옆 풀무더기에 누워서 바라보던 뭉게구름 떠다니던 하늘. 여름날, 모기불 피워놓은 마당에 멍석깔아 놓고 옥수수 먹으며 엄마랑 홑이불 덮고 누워서 쳐다봤던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도..

길을 떠나다~ 2022.10.19

홍수 장가가던 날~

꽤나 오래된 인연이다. 명색이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났는데, 전화론, 늘 거침없이 내 이름을 친구처럼 부르던 아이. 오랫동안 먼 나라 유학가서도 잊지 않고 일년 한 두번은, 안부전화를 주던 아이. 첫월급을 탔다며 맛있는걸 사 주겠노라고 몇년만에 불쑥 연락해 온 아이, 어느날 지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은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결혼해도 괜잖을 여자인지 부모 인사시키전, 미리 봐 달라고 얼토당토 안하는 부탁을 해 온 별스럽고도 특별했던 아이. 그렇게 성장과정을 지켜본지 20여년만에 여기까지 왔다. 전염병이 창궐한 이 코로나 시국에, 한정된 초대인원안에 대가족인 친지 초대 자리도 모자랄판인데, 메인 가족석 옆에 내가 가족이라며 우리 부부의 자리를 마련해 뒀다. 때론, 너무 부담스럽고.. 고마운 인연이다. 핑계삼아..

박명숙작가 전시회

갤러리 카페 오픈 후 첫 전시회라 감회가 남다르다. 작가를 닮은 맑은 수채화 작품으로. 오산천 벗꽃 개화에 맞춰 4월로 계획했으나 예상치 못했던 오미크론발로 그나마 조용한 동네, 인적은 뚝 끊겨 두달을 연장해 6월까지. 칙칙한 내 그림들을 내리고 봄꽃으로 단장하니 카페에도 봄이 온 것 같아 한층 기분 업~ 첫째, 지리한 내 그림들을 내릴 수 있어 좋고, 둘째, 꽃피는 봄날 맑은 수채화 꽃작품 전시로 카페에도 봄을 느낄수 있는 동질계절감과 분위기 전환이 되고, 세째, 간간히나마 그림애호가들이 들려주니 이 시골동네 공기 순환이 되어 또한 좋고.. 오미크론이란 악조건에서도 애써 주신 박명숙작가님께 감사를~

havana

목표가 없는 달리기를 하는건, 내겐 아무 흥미가 없다는 걸 안건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사실이다. 카페 앞 손바닥만한 데크에 어떤 화분을 놓을 것인지, 루프탑엔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지, 호르몬으로 인한 불면의 밤마다 간간히 수면제를 거르고 그나마 버틸수 있는 건, 그런 상상과 계획 덕분이다. 뒷쪽은 키가 좀 큰 남천, 앞쪽은 연산홍과 작약. 장미는 월동과 병충해에 강한 것으로. 계절별로 볼 수 있는 꽃나무를 골고루~ 인테리어 할 때와 마찬가지로 장미를 선택하고 키우는 과정은 전적으로 유투브의 도움을 받아 심은지 겨우 두달만에 꽃을 볼 수 있었다. 안젤라. 빙고 메이들란드.스칼렛메이들란드. 라벤다드림...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건물 루프탑에 묘목과 흙, 각종 분갈이 화분장비를 올리는 일은 결코 녹녹지 않아..

havana

실내 인테리어 소품에서 부터 그림세팅, 화초 배치.수제차 만들기. 미리 계획한 바도 없고, 모든것이 경험 한번 없는 처음하는 일이니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이다. 급한 성미대로 성질 부린다고 따라줄 일인가~ 성질은, 눈에 띄게 느려진 바이오리듬을 따라갈 수 밖에.. 급할것이 없으니 천천히 가자 해 놓고 본성은 연신 바둥바둥~ 몇달째 아침에 눈을 뜨면 주먹조차 쥘 수 없을 정도인데, 지척에 있어도 오랫만에 본 엄지의 엄마 몸이 많이 부은것 같애" 한마디에 그제서야 부종이 심각함을 자각하고..이그~ 이 미련퉁이!!! 이후 갑자기 몸이 더 무겁고 걷는것조차 불편해 지고.. 오픈하고도 몇달이 지나서야 겨우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자연스럽게 몇몇 지인들에겐 어쩌다 카페사장"이 되었음을 알리고 있다가 먼길, 적잖..

드디어 개업하다~

2021년 10월 06일 수요일 OPEN 인테리어 공사기간내 불편을 참아주신 은계동 이웃님들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간단한 다과를 준비했으니 꼭 들려주세요~ 11:00~4:00까지. 카페앞 작은 입간판에 오픈을 알리는 안내문 딸랑 하나 적었다.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인점을 고려해 이웃 방앗간에 떡을 준비했다. 풍선 띄우고, 개업화환 늘어진 여느 개업식을 떠올리기 쉽상이지만, 가족외 그 누구에게도 소문내지 않았기에 개업식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조용하게, 겨우 이웃 몇몇만 알게~ 아주 조용히 시작한 내 인생의 첫 개업식이자 마지막일 확률이 높은 개업식을~ 뭐 대단한 돈을 벌어 보자고 하는건 아니지만, 작은 문화공간으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아지트로, 어쨋거나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살짝은 떨리..

안목항>>오죽헌>>원주여행

인테리어며 카페며,이전엔 기본지식 1도 없는 백치에 가까웠기에 지난 4개월이 캄캄한 터널을 지나온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인테리어와 기타 잡다한 준비기간을 끝내고 겨우 한숨을 돌리며, 일이라고 벌려 놓았으니 앞으로 시간내는 일도 쉽진 않을 터~ 오픈전 바람이라도 쏘이고 올 요량으로 급히 마음을 먹고 길을 나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풍이 한 두번은 지나가는 9월 이 즈음. 하늘을 더할 나위 없이 맑고 높고 깨끗하고.. 여길 수없이 지났어도 이 전망대 한번 들려 볼 생각을 못했다니.. 썬글라스로, 마스크로, 다 가린 상태라서 쎌카셔터를 거침없이 누를 용기가 마구 솟았다. 인생에 고단함이 묻어난 주름의 방향, 깊이도, 웃고 있지만 세파에 찌든 얼굴도, 가꿔도 봐줄까말까한 나이에 분칠하나 하지 않는 창백한..